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됨과 더불어 한국도 바야흐로 스마트폰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이전까지 윈도우즈 모바일 OS 기반의 스마트폰이 일부 출시되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폰이 출시되면서부터다.

다음(Daum)에서 자사의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보급하고 난 후 변화된 상황에 대해 발표를 한 것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우선 직원들의 대화가 줄고 걸어다니면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일이 늘었다는 내용이 있다. 필자가 트위터에서 본 어떤 분의 의견 중에는 인간이 책을 읽지 않고 인터넷 글(Article)이나 트위터 등의 단문을 읽게 되면서 장문을 읽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필자는 팜 프리(Palm Pre)라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폰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또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앱이 존재하고, 책을 읽거나, 트위터를 사용하거나, 뉴스 및 rss 를 읽고 동영상을 보는 등 스마트폰이 갖는 수 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메일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답장한다.

그런데 필자 주변의 많은 분들은 앞서 다음의 직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필자가 맨날 팜프리만 들여다보고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며 책도 잘 읽지 않는다고 비판을 해오곤 한다. 그보다 조금 더 스마트폰에 대해 아는 분들은 스마트폰이나  RSS, 트위터 등이 자꾸만 사람을 인스턴트 혹은 짧은 정보에 의존하게 만든다며 우려를 한다. 책을 읽기보다는 검색을 한 결과만 이야기한다고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그리고 그 둘이 만나는 단문 서비스와 정보 검색이 사람들의 머리를 나쁘게 만들고 깊은 사고를 못하게 만든다고 우려하곤 한다.

스마트폰을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전화기 자체가 일반 전화기보다 스마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화기가 스마트하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관련 전문가들은 "더 많은 일을 할 줄 아는 전화기"라는 의미라고 말하곤 한다. 대체로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것은 메이커에서 제공하는 기본 기능이나 아주 제한적인 프로그램 다운로드 기능만을 제공하는 일반 전화기와는 달리, 그 플랫폼 자체가 다양한 제3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전화기를 이미한다. 하지만 이런 개념이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 스마트폰의 전신은 PDA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PDA라는 장치를 처음 접한 것은 1995년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Palm 이라는 회사의 Pilot2000 이라는 제품이 한국에 수입됐고, 이를 효시로 셀빅이라는 국산 PDA도 등장했다. 물론 그 이전에 Apple 에서 만든 뉴튼이라는 PDA가 있었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된 성공을 한 최초의 PDA는 Palm 의 제품이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필자가 10년 넘는 세월 동안 PDA를 사용해 오면서 많은 동료 PDA 사용자를 보아왔는데, 그들이 PDA를 사용했던 모습은 현재 아이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분들이 보여주는 모습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 그들은 책을 PDA에 넣어서 읽었고, 단문을 입력/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며, 인터넷에서 문서를 받아서 PDA에 넣고 길에 걸어다니거나 지하철에 앉아서도 그것을 읽곤 했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대화하기보다 PDA를 들여다본다는 핀잔쯤은 한번씩은 받아보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들 중 PDA 때문에 머리가 나빠졌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필자가 만나본 많은 PDA 사용자들 중에는 다양한 시각과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도 많았고, 학식이 뛰어난 사람들도 많았다. PDA 들여다보느라 대인관계가 문제가 생겼다는 사람도 못 봤고, 다들 결혼 잘 해서 잘 살기도 했다. (물론 개중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과연 그것이 PDA 때문일까?)


필자가 구질구질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PDA와 인터넷이 만난 존재, 바로 스마트폰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기 위함이다. 아이폰이 보급되면서 이제 스마트폰이 뭔지, 윈도우 모바일이 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자연스래 스마트폰을 쓰게 됐다. 그러면서 생기는 현상은 바로 사람들의 일상 생활의 변화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아이폰을 이용해 다양한 뉴스나 블로그의 글을 읽으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사용하고, 유튜브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대로 바뀌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은 이런 서비스들이 아이폰의 도입과 함께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어 놓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제 손에 스마트폰만 들고 있으면 언제 어느 때에라도 원하는 정보를 즉시 찾아서 활용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증강 현실이라던가 혹은 구글의 영상 검색과 같은 서비스들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는 방법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것은 "글자를 찾아서 입력"하는 방식에서 좀 더 직관적인, 그리고 인간의 오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결국 지식을 쌓는 공간이 인간의 두뇌에서 지구상 어딘가의 클라우드 저장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은 인간이 그 지식을 꺼내쓰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더 이상 인간은 책을 읽어 더 많은 지식을 머리 속에 쌓아두거나 장서를 보관하는 도서관이 있어야만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점점 더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쌓여있는 정보를 활용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이든 다른 스마트폰이든 결국 인간의 도구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며 발전해 왔고, 또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한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인간에게 가장 밀접한 도구는 바로 이런 정보를 담고 처리하는 장치들과 인간을 인터페이스해주는 도구다. 그 곳에 바로 스마트폰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정보를 담고 처리하는 장치"라는 분야를 공략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구글이며 그 핵심 기술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아이폰이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각광받는 이유 또한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윈도우 모바일을 옹호하는 사용자들의 주장은 "WM 폰에도 그런 기능 다 있다" 라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스마트폰이 "기능을 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클라우드상의 정보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겠는가? 우리가 아이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이폰의 기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유저 인터페이스에 반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즉, 아이폰은 인간의 손에 쥐어진 도구 중에 가장 편리하면서도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가장 많은 정보에 접근하는 길을 열어준 도구인 것이다.

20세기 초에 태어난 사람들이 20세기 중반에 태어난 사람들을 보고, 그들이 TV에 빠져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바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V에 익숙한 20세기 중반 사람들은 20세기 말에 태어난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책 안 읽고 검색만 하면 바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TV 때문에 바보가 되거나 컴퓨터 때문에 바보가 됐다고 말할 수 없다. 설령 매스미디어에 의해 가공된 지식으로 바보가 됐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TV가 없던 20세기 초반의 사람들이 처리하던 정보의 평균량보다 TV를 보던 20세 중반 사람들이 처리하던 정보의 평균량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다.

결국 과거 세대의 사람이 다음 세대의 사람들에게 그런 도구에 의존하면 바보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찌보면 그런 도구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각에서 비롯된 견해일 수 있다. 오히려 불과 몇 십년 전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지식을 쌓고 활용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 과정에서 정보의 클라우드, 즉 인터넷와 인간이 연결되는 과도기적 인터페이스가 바로 현재의 스마트폰인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은 앞으로 좀 더 인간이 더 많은 정보에 쉽고 빠르게 접근하는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용량이 늘어나고 CPU 속도가 빨라진다던가 하는 것은 결국 이런 인터페이스를 더 쉽게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스마트폰을 위해 만들어지는 앱은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통로이다. 스마트폰의 게임 역시도 더욱 더 네트워크와 인터페이스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아이패드(iPad)가 "화면을 늘려놓은 아이폰"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하지만 만약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어떤 기능을 담고 있는 기기이냐"라는 관점을 잠시 내려놓고, "인간과 인터넷을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아이패드의 의미는 좀 달라진다. 아이패드는 아이폰에 비해 넓어진 화면을 통해 더 많은 시각적 정보를 인간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고, 또한 더 다양한 터치 인터페이스 기법의 가능성을 열었다. 지금 당장은 단순히 화면만 넓어진 수준이겠지만, 더 넓은 터치 공간은 이런 저런 터치 제스쳐의 입력을 가능케 할 것이고 이는 더 쉽고 빠른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물론, 아이패드가 담당하는 분야는 스마트폰과는 약간 다르다. 스마트폰이 수첩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면 아이패드는 잡지나 신문의 역할을 담당하는 식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볼 때 스마트폰이든 아이패드든 발전하는 기술을 이용해 인간과 인터넷-클라우드-을 연결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진하는 하나의 큰 발자국이다.

결국, 이제부터 똑똑한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다양한 지식을 이용해 빠르게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라는 명칭은 스마트한 폰, 즉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휴대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욱 스마트하게 만드는 폰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가 갖는 중요성이다.




profile